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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무줄놀이 노래

by 머라구요 2021. 3. 18.

 


 

그날 언니는 친구집에서 고무줄 놀이에

 

정신줄을 놓고

 

어스름한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.

 

아버지는 고무줄 놀이가 그렇게 좋냐며

 

그럼 어디 한 번

 

밤새도록 고무줄을 뛰어보라시며

 

손수 바지랑대 두 개를 마당 한가운데

 

찍어 박고 고무줄을 달아 주셨다.

 

( *바지랑대 : 빨랫줄을 지지하는 긴 막대기 )

 

아버지는 거기서 멈추지 않으시고

 

바지랑대 꼭대기에 백열전구까지

 

달아주는 자상함까지 보이셨다.

 

달빛 아니,

 

노르불그레한 백열전구 아래에서

 

언니는 울면서 고무줄을 뛰어야만 했다.

 

 

© guimgn, 출처 Unsplash

 

 

나는 연민인지 뭔지

 

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고민하며

 

달밤 체조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고 말았다.

 

 

가로등같은 백열전구 아래

 

팔 다리를 파닥거리는 모습은 불나방이 따로 없었다.

 

낮에 친구집에 놀러 가는 언니를

 

울면서 쫓아가는 나에게 돌맹이를 던지며 쫓아내더니

 

고고참 쌤통이다. ㅋㅋㅋ

 

 

그날 밤 나는 언니의 처절한 뜀박질 소리와 함께

 

달콤한 꿈나라에 들 수 있었다.

 

 

 

♪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

 

'뛴다 뛴다~ 잘도 뛴다~ 붉게 타라~ 불나방아~'

 

달아 달아 ~뛰어보자 ~니캉내캉~ 뛰어보자~

 

이 노래는 경상남도 통영군 안정리 ㅇㅇㅇ댁

 

막내딸이 언니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

 

남몰래 흠모하는 노래 입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