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날 언니는 친구집에서 고무줄 놀이에
정신줄을 놓고
어스름한 저녁에 집으로 돌아왔다.
아버지는 고무줄 놀이가 그렇게 좋냐며
그럼 어디 한 번
밤새도록 고무줄을 뛰어보라시며
손수 바지랑대 두 개를 마당 한가운데
찍어 박고 고무줄을 달아 주셨다.
( *바지랑대 : 빨랫줄을 지지하는 긴 막대기 )
아버지는 거기서 멈추지 않으시고
바지랑대 꼭대기에 백열전구까지
달아주는 자상함까지 보이셨다.
달빛 아니,
노르불그레한 백열전구 아래에서
언니는 울면서 고무줄을 뛰어야만 했다.
© guimgn, 출처 Unsplash
나는 연민인지 뭔지
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고민하며
달밤 체조가 무엇인지 똑똑히 보고 말았다.
가로등같은 백열전구 아래
팔 다리를 파닥거리는 모습은 불나방이 따로 없었다.
낮에 친구집에 놀러 가는 언니를
울면서 쫓아가는 나에게 돌맹이를 던지며 쫓아내더니
고고참 쌤통이다. ㅋㅋㅋ
그날 밤 나는 언니의 처절한 뜀박질 소리와 함께
달콤한 꿈나라에 들 수 있었다.
♪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
'뛴다 뛴다~ 잘도 뛴다~ 붉게 타라~ 불나방아~'
달아 달아 ~뛰어보자 ~니캉내캉~ 뛰어보자~
이 노래는 경상남도 통영군 안정리 ㅇㅇㅇ댁
막내딸이 언니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
남몰래 흠모하는 노래 입니다.